나는 항공사의 기장이다. 비행기를 조종하는 노동자다. 우리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몇 차례 파업을 했다. 그 결과 우리의 노동 시간은 줄었고 임금은 많이 올랐다. 우리가 파업을 했을 때 우리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잘 먹고 잘 사는 놈들이 무슨 노동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파업을 하냐는 거였다.




월 스트리트를 점령하라에 참여한 Pilot Union 



항공사 파일럿은 전문직이고 타 직종에 비해 많은 급여를 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자가 아닐 수는 없다. 진중권은 취미로 비행기를 타지만 항공사 파일럿은 임금을 받기 위해 비행기를 탄다. 진중권의 비행은 노동이 아니지만 나의 비행은 노동이다. 그래서 나는 노동자다. 야구 선수도 마찬가지다. 직장인들이 주말에 야구를 하는 건 노동이 아니다. 하지만 야구를 직업으로 갖고 연봉을 받으면서 직업으로 야구를 하는 순간 야구는 노동이 된다. 


재밌게 야구를 하면서 노동이라는 게 말이 되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노동이 즐거운 게 좋은 거지 꼭 인상쓰면서 힘들게 일해야 노동인가? 자신의 적성에 맞고 일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즐거울 수 있는 직업이 이상적인 직업이다. 이런 노동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야구 선수가 메이저리그 노동자가 된다는 건 꿈과 같은 일이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자신들의 노동 조건을 꾸준히 향상시켜왔다.



http://m.sport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064&aid=0000004349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했던 C.J.니코스키가 쓴 글이다.



노동 조건이 저절로 향상된 건 아니다. 이들도 따가운 눈총을 견디며 파업 투쟁을 해야 했다. No pain. No gain.








1994년 8월부터 232일간 메이저리그 파업이 진행되었고 월드시리즈를 포함해 모든 경기가 취소되었다.



내가 소속된 조종사 노동조합은 직장 노동조합이다. 나와 같은 회사에 있는 사람들이 가입한 노동조합이고 내가 다니는 회사와 교섭을 통해 노동 조건을 정한다. 반면에 메이저리그 선수 협회는 일종의 산별 노조다. 많은 구단의 야구 노동자들이 모여서 하나의 노조를 만든 거다. 만약 LA 다저스 선수들이 LA 다저스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다저스 구단주와 협상을 벌이다 파업을 한다면 다저스 경기는 중단되겠지만 다른 메이저리그 경기들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전체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파업을 하면 모든 메이저리그 경기가 중단된다. 이들은 더 나은 협상력을 갖고 구단주들과 협상을 벌일 수 있다.




선수협회는 모든 선수들을 위해 필요하지만 열악한 근로조건의 선수들에게 더 절실한 조직이다.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노동조합들이 힘을 합치기 위해 연대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경영자들도 힘을 합친다. 경총. 금년 임금 인상을 1% 대에서 막도록 방침을 정하기도 하고 정부를 상대로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이 힘을 합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하는 것이 누구의 작품일까?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이유는 단순하다. 돈도 권력도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상대해야 할 사람은 돈도 있고 권력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공정한 경기가 될 수 없기에 헌법은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한 것이다. 단결하지 않고는 결과가 뻔하기 때문에.




경향신문 기사 : 프로야구 선수들과 노동자의 '쉴 권리'

http://m.khan.co.kr/ent_sp_view.html?artid=201412032103585&code=980101&med=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보도자료 : 비활동기간 합동훈련 금지규정 위반한 구단 선수단에 엄격하게 제재할 것

http://kpbpa.co.kr/wordpress/?p=1285


노컷뉴스 기사 : "선수 불법 사찰? 미국 일본에선 상상도 못할 일"

http://www.nocutnews.co.kr/news/4323148




Posted by 필명 : 껌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