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여객기(Germanwings) 추락 사고 소식을 보다 보니 서유럽 지역에서 발생했던 마지막 대형 사고가 Spanair 5022편 사고라고 하네요. 그래서 관련 내용을 찾아봤습니다. 


 http://news.aviation-safety.net/2011/08/03/report-ciaiac-publishes-final-report-on-fatal-md-82-takeoff-accident-madrid-spain/   ---> 사고조사 최종 보고서 


2008년 8월 20일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을 이륙한 Spanair MD82는 이륙 직후 추락해서 154명이 사망했습니다. 생존자는 12명. 이 비행기는 처음 주기장을 떠나 이륙 허가를 받은 직후 비행기 이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륙을 취소하고 주기장으로 돌아가 정비작업을 한 뒤 다시 출발하게 됩니다. 





Spanair MD-82




엔진 시동을 건 뒤 조종사는 비행기의 양력을 높여주는 플랩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 대개 체크리스트를 수행하면서 발견하고 시정하지만 after (engine) start checklist 수행 과정에서 확인하지 않은 채 출발하게 됩니다. 


 이륙 직전에도 체크리스트를 통해 플랩 세팅을 확인하는 과정이 또 있습니다. 조종실 녹음 기록에는 조종사가 "플랩 세팅 11도"라고 말한 기록이 있지만 조사 결과 조종사가 눈으로 계기를 확인하지 않고 그냥 말만 한 것으로 결론 내려졌습니다.(http://www.flightglobal.com/news/articles/spanair-md-82-crash-pilots-twice-failed-to-check-flap-331114/)





칵핏에서 체크리스트를 수행하는 조종사들.




 이륙에 필요한 플랩을 내리지 않은 채 이륙을 시작하면 경고음이 울려야 정상인데 설상가상으로 이 경고 시스템까지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정비사가 문제가 발생한 부품의 해당 circuit breaker를 뽑아 전원을 차단시켰는데 이로 인해 takeoff warning system이 작동되지 않게 된 겁니다. circuit breaker 함부로 뽑으면 큰 일 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겠습니다.


조종사들은 플랩 세팅이 안된 사실을 모른 채 이륙을 계속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한 직후 stall 경고음이 울립니다. 조종사는 stall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엔진 추력을 줄이고 pitch를 증가시키는 등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여 추락했습니다. 


체크리스트를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상태가 시정되지 않는 경우가 가끔 발생합니다. 실제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말로만 확인됐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체크리스트는 빨리 수행하는 게 잘 하는 게 아닙니다. 천천히 하나 하나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 "checked" 라고 말하는 게 professional 한 체크리스트 수행입니다.





비행기의 운항이 지연되고 시간에 쫓겨 서둘렀을 수 있습니다.




이 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21년 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너무나도 닮은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1987년 8월 16일 디트로이트 웨인 카운티 공항에서 노스웨스트 255편 DC-9 비행기가 이륙 직후 추락해서 4살 여자 어린이 한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DC-9은 MD-82 의 구식 버전에 해당하고 외형도 거의 같습니다.


NTSB는 사고조사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The 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 determines that the probable cause of the accident was the flight crew's failure to use the taxi checklist to ensure the flaps and slats were extended for takeoff. Contributing to the accident was the absence of electrical power to the airplane takeoff warning system which thus did not warn the flight crew that the airplane was not configured properly for takeoff. The reason for the absence of electrical power could not be determined."


주 원인 : 조종사들이 taxi checklist를 통해서 플랩과 슬랫이 이륙을 위한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부차적인 원인 : takeoff warning system에 전원이 차단되어 비행기가 이륙에 필요한 세팅이 되어있지 않았음에도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음. 전원이 차단된 원인은 확인할 수 없음.


Spanair 사고의 경우 정비사에 의해 전원이 차된된 것이 확인됐지만 노스웨스트 사고의 경우 circuit breaker 패널이 사고로 심하게 손상되어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사고로 부서진 flight 255




Spanair 사고가 시간에 쫓긴 조종사들에 의한 확인 miss라면 노스웨스트 사고의 경우는 조종사들의 능력과 태도에서 기인한 측면이 강한 거 같습니다. FAA(미 연방 항공국) 홈페이지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http://lessonslearned.faa.gov/ll_main.cfm?TabID=3&LLID=69&LLTypeID=2#null)


위 링크의 Pre-takeoff flight crew performance 부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NTSB는 해당 조종사들의 기량이 표준에 미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팩트들이 대단히 많았다고 보고했다. 다음은 그 예들이다.


1. 조종사들은 디트로이트에 착륙한 뒤에 주기장을 지나치는 바람에 180도 돌아서 다시 들어가야 했다.

2. 보통 weather radar는 after landing checklist를 할 때 끄는데 한참을 더 와서 주기장에 거의 다왔을 때 껐다.

3. 관제사가 지상 이동 관련 지시를 하면서 지상 관제사의 주파수로 컨택하라고 했으나 부기장은 주파수 변경을 miss 했고 지상 관제사는 해당 비행기 조종사들을 불렀으나 교신할 수 없었다.

4. 부기장은 기장에게 관제사의 지시를 최소 두 번 이상 반복해서 이야기해줬다. 기장은 관제사나 부기장에게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고 taxiway C 에서 빠져나가는데 실패했다. 기장은 해당 공항 경험이 여러 번 있었지만 C taxiway 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기장은 부기장에게 Before start checklist만 지시했을 뿐 다른 checklist는 지시하지 않았고 부기장이 checklist를 회사가 정한 절차에 따라 수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았다.


NTSB는 조종사들이 회사가 규정한 방법에 따라 체크리스트를 수행하지 않았음이 명백하다고 결론 내렸다.>





Flight 255 추모비를 찾은 사람들.





민항기는 두 명의 조종사에 의해 운영됩니다. 단지 한 사람만의 실수에 의해 사고로 직결되지는 않습니다. 한 명 또는 두 명의 실수가 여러번 반복될 때 사고의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사고의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은 기장과 부기장 모두 훈련받은 대로 표준화된 절차를 잘 따르는 것입니다. 표준화된 절차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다른 항공 사고로 목숨을 잃은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죽은 사람은 없더라도 사고에 가까이 간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또 일어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표준 절차들이 개선되어져 왔습니다. 


그리고 운항이 지연될 때 정시 운항을 위해 서두르는 경향은 보편적일 듯 합니다. 정시 운항 보다 중요한 건 안전운항입니다. 


Spanair 5022

Northwest 255


세월호도 함께 생각합시다. 




Posted by 필명 : 껌사세요




영화 위플래쉬를 보고 포스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공감을 했기 때문이다. 위플래쉬. whiplash. 채찍질이다. 말을 빨리 달리게 해서 경주에서 이기도록 하는 것도 채찍질이요 사람에게 자극을 주고 발전시키는 것도 채찍질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도해지면 동물 학대가 되기도 하고 사람을 좌절하거나 포기하게 만들 수도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최고가 되기를 꿈꾸는 드러머다. 재즈 드러머. 꿈이 큰 만큼 많은 노력을 하는 사람이다. 주인공의 상대역은 재즈 오케스트라 지휘자이자 주인공이 다니는 음악학교 플래처 교수다. 교수는 단원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단원들은 단원으로 남기 위해 많은 연습을 해야만 하고 교수의 인격 모독까지도 견뎌내야만 했다.


이 영화에서는 플래처 교수가 단원들에게 가하는 채찍질(실제 채찍은 등장하지 않음)의 정당성에 물음표를 찍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플래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거 같다.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는 말이 있는데 아마도 플래처는 이 말에는 적극 동의를 할 거 같다.


이 영화에서 플래처 교수는 갑의 위치에 있다. 말 한마디에 단원이 쫓겨나고 다른 사람이 투입된다. 플래처 교수의 단원이 되기를 꿈꾸는 연주자들은 엄청 많다. 마치 사용자의 "You are fired" 한 마디에 직장에서 쫓겨는 노동시장과도 닮았다. 일자리는 많지 않고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은 많다. 지휘자와 단원. 사용자와 노동자. 갑과 을이다.


조종사는 사용자에게 고용된 관계에 있지만 실제 일터에서는 노동자들끼리 부딪히며 살아간다. 기장도 부기장도 노동자지만 한 사람은 Pilot in command 로서 다른 사람을 지휘한다. 부기장은 사용자의 지시를 받는 노동자이고 비행기에서는 기장(pilot in command)의 지휘를 받으며 일한다. 나의 부기장 시절 기억을 떠올려 보면 다양한 기장들이 있었다. 편안하게 분위기 조성하고 싫은 소리 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잔소리 많이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잔소리가 나를 발전시키는 채찍질 역할을 했을까? 나는 잔소리를 들으면서 속으로는 'asshole' 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게 잔소리를 했던 사람들은 나를 위해서 해준 거였을까? 비행기를 지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우월한 위치를 과시하고 싶었을까? 


대부분의 일터는 노동자들끼리 관계를 맺으며 돌아간다. 지시를 받기만 하는 사람. 중간 관리자. 더 높은 관리자. 모두 사용자에게 고용된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직장에서 버티기 위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다른 이들을 관리한다. 아래 사람들 달달 볶아서 실적을 내고 승진하는 사람도 있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관리자들도 있다.


채찍질 많이 하면 asshole 된다. 그런데 채찍질을 하면 말이나 사람이나 더 빨리 뛰게 된다. 회사는 asshole을 필요로 한다. 내가 회사 내에서 그런 역할을 요구받는다면 나도 asshole이 되어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asshole 소리를 듣는 사람도 있지만 역할 상 asshole이 된 사람들이 훨씬 많은 거 같다.


근데 난 채찍을 쥘 일은 없다. 같은 노동자들끼리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일할 수 있는 거도 복이다. 기장으로 정년까지 일할 수 있으면 충분히 행복한 일이니까. 







Posted by 필명 : 껌사세요

나는 항공사의 기장이다. 비행기를 조종하는 노동자다. 우리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몇 차례 파업을 했다. 그 결과 우리의 노동 시간은 줄었고 임금은 많이 올랐다. 우리가 파업을 했을 때 우리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잘 먹고 잘 사는 놈들이 무슨 노동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파업을 하냐는 거였다.




월 스트리트를 점령하라에 참여한 Pilot Union 



항공사 파일럿은 전문직이고 타 직종에 비해 많은 급여를 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자가 아닐 수는 없다. 진중권은 취미로 비행기를 타지만 항공사 파일럿은 임금을 받기 위해 비행기를 탄다. 진중권의 비행은 노동이 아니지만 나의 비행은 노동이다. 그래서 나는 노동자다. 야구 선수도 마찬가지다. 직장인들이 주말에 야구를 하는 건 노동이 아니다. 하지만 야구를 직업으로 갖고 연봉을 받으면서 직업으로 야구를 하는 순간 야구는 노동이 된다. 


재밌게 야구를 하면서 노동이라는 게 말이 되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노동이 즐거운 게 좋은 거지 꼭 인상쓰면서 힘들게 일해야 노동인가? 자신의 적성에 맞고 일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즐거울 수 있는 직업이 이상적인 직업이다. 이런 노동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야구 선수가 메이저리그 노동자가 된다는 건 꿈과 같은 일이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자신들의 노동 조건을 꾸준히 향상시켜왔다.



http://m.sport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064&aid=0000004349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했던 C.J.니코스키가 쓴 글이다.



노동 조건이 저절로 향상된 건 아니다. 이들도 따가운 눈총을 견디며 파업 투쟁을 해야 했다. No pain. No gain.








1994년 8월부터 232일간 메이저리그 파업이 진행되었고 월드시리즈를 포함해 모든 경기가 취소되었다.



내가 소속된 조종사 노동조합은 직장 노동조합이다. 나와 같은 회사에 있는 사람들이 가입한 노동조합이고 내가 다니는 회사와 교섭을 통해 노동 조건을 정한다. 반면에 메이저리그 선수 협회는 일종의 산별 노조다. 많은 구단의 야구 노동자들이 모여서 하나의 노조를 만든 거다. 만약 LA 다저스 선수들이 LA 다저스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다저스 구단주와 협상을 벌이다 파업을 한다면 다저스 경기는 중단되겠지만 다른 메이저리그 경기들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전체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파업을 하면 모든 메이저리그 경기가 중단된다. 이들은 더 나은 협상력을 갖고 구단주들과 협상을 벌일 수 있다.




선수협회는 모든 선수들을 위해 필요하지만 열악한 근로조건의 선수들에게 더 절실한 조직이다.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노동조합들이 힘을 합치기 위해 연대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경영자들도 힘을 합친다. 경총. 금년 임금 인상을 1% 대에서 막도록 방침을 정하기도 하고 정부를 상대로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이 힘을 합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하는 것이 누구의 작품일까?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이유는 단순하다. 돈도 권력도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상대해야 할 사람은 돈도 있고 권력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공정한 경기가 될 수 없기에 헌법은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한 것이다. 단결하지 않고는 결과가 뻔하기 때문에.




경향신문 기사 : 프로야구 선수들과 노동자의 '쉴 권리'

http://m.khan.co.kr/ent_sp_view.html?artid=201412032103585&code=980101&med=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보도자료 : 비활동기간 합동훈련 금지규정 위반한 구단 선수단에 엄격하게 제재할 것

http://kpbpa.co.kr/wordpress/?p=1285


노컷뉴스 기사 : "선수 불법 사찰? 미국 일본에선 상상도 못할 일"

http://www.nocutnews.co.kr/news/4323148




Posted by 필명 : 껌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