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서울로 가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객실에 앉아 오른쪽 창문으로 비행기를 뒤로 미는 트럭 그리고

헤드셋을 쓰고 조종사와 통신을 유지하는 지상 조업사 직원의 모습이 보여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B737 기종이었고 내가 앉은 자리가 앞 쪽 자리라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지상 조업사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인터폰으로 조종사와 통신을 하는 조업사 직원(ground crew) >

​비행기를 타면 객실승무원들을 항상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앞에는 조종사들이 있고요. 비행기를 타는 과정에서 우리는 전화를 통해 예약과 직원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오면 첵인 카운터에서 운송 직원의 도움을 받아 가방을 부치고 좌석을 받습니다.

승객이 접하지는 못하지만 이 밖에도 비행기 운항을 위해 필수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비행기를 정비하는 정비사, 조종사를 도와 비행 계획을 짜는 운항관리사. 비행기를 청소해주시는 분들, 기내식을 만들고 비행기에 싣는 분들, 비행기에 연료를 넣는 분들, 비행기에 가방을 싣고 내리는 분들, 커다란 트럭으로 비행기를 뒤로 미는 분들.

이런 분들이 없으면 비행기는 비행을 하기 위한 준비를 마칠 수 없습니다. 비행 준비는 커다란 기계의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듯 하는 거라서 톱니바퀴 하나라도 빠지면 기계는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비행기 조종사는 모든 과정이 다 준비된 상태에서 비행기를 조종하는 가장 마지막 톱니바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행기를 트럭으로 뒤로 미는 푸쉬백 작업은 조업사에서 담당합니다. 비행기가 지상에 있을 때 청소, 연료 주입 등등 많은 업무를 ground service라고 합니다. 이런 ground service를 항공사가 직접하기도 하지만 큰 회사는 이런 일들을 따로 설립된 회사를 통해서 분담시키기도 합니다. 이렇게 항공사에서 떨어져 나와 ground service를 하는 별도의 회사를 조업사(ground service company)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위에 사진에 나온 거처럼 헤드셋을 쓰고 트럭이 비행기를 밀 때 같이 따라 걷고 있는 조업사 직원(ground crew)은 조종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요? 조종사와 조업사 직원이 어떤 대화를 하는지 일반적인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국제 표준어인 영어로 말하지만 여기서는 한글로 풀어서 쓰겠습니다.

​< 비행기 출발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ground crew >

​기   장 : 푸쉬백(pushback) 준비 되셨나요?
조업사 : 네. 준비됐습니다.
기   장 : 잠시만요. [부기장에게 지시한다] 관제탑에 푸쉬백 허가 요청합시다.


관제사로부터 허가를 받은 뒤에.


기   장 : 푸쉬백 해주세요. 비행기 머리가 남쪽을 향하게 길게(또는 짧게) 밀어주세요.
조업사 : 파킹(parking) 브레이크 풀어주세요.
기   장 : 네. 풀었습니다.
조업사 : 푸시백 시작합니다.

 

조업사 직원은 비행기가 뒤로 밀리는 동안 같이 걸어가면서 기장과 통신을 유지한다.


조업사 : 기장님. 엔진 시동 거셔도 좋습니다.
기   장 : 1번 엔진 시동 걸겠습니다.
조업사 : 1번 엔진 주변 안전합니다.
조업사 : 푸시백 끝났습니다. 파킹 브레이크 세트하십시오.
기   장 : 파킹 브레이크 세트했습니다.


엔진 시동 완료 후

기   장 : 지상 장비 다 떼주세요.
조업사 : 장비 다 뗐습니다. 준비 완료 신호는 왼쪽(또는 오른쪽)에서 보내겠습니다.


기장은 조업사 직원이 지상 장비 및 인원이 위험지역에서 다 철수한 뒤 비행기가 움직여도 좋다는 신호를 확인한다. 기장은 이 신호를 확인했다는 뜻으로 라이트를 한 번 켰다 끈다.

 

기   장 : [부기장에게 지시한다] 관제탑에 활주로로의 이동 허가를 요청합시다.


관제탑의 허가를 받은 뒤 기장은 taxi light를 켜고 이동을 시작한다. 조업사 직원은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조종사들도 손을 흔들어 같이 인사한다. 비행기가 지나가면 조업사 직원 및 함께 대기 중이던 정비사 모두 현장에서 철수한다.

 

 

 

 

 

 

< 비행기 nose gear에 장착되어 있던 towing pin을 제거했음을

조종사에게 알리고 있는 ground crew.

towing pin 이 장착된 상태에서 조종사는 nose gear를 조종할 수 없고

지상 장비로만 조종할 수 있습니다. >

 

 

 

 

 

​< 모든 준비가 다 끝나고 비행기가 출발합니다.

ground crew는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합니다.

외국에서는 ground crew가 손짓만 한 번 하고 바로 철수하는 경우가 많고

국내에서는 비행기 꼬리가 지나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인사합니다.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에 대한 서비스로 그렇게 하는 거 같습니다. >

​Ground crew는 이렇게 비행기 운항에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한 여름에는 높은 기온과 지열을 견뎌야 하고 한 겨울에는 추위 속에서 일해야 합니다. 비행기를 운항하시는 분들은 이 분들께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아끼지 맙시다.

​Flight crew

Cabin crew

Ground crew

Welcome aboard!!!

Thank you!!!

​조종사계의 우먼파워 꿍시꿍시 블로그를 방문하고 싶으시다면 여기로...

 
 
Posted by 필명 : 껌사세요

201​4년 9월 9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세월호 사고로 300명이 넘는 아까운 목숨들을 잃었습니다. 이들의 희생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었으며 우리 사회를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까요? 사고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 조사조차 하지 못한다면 필요한 대책이 나올 수 없고 우리는 미래에 이런 사고를 막아낼 수 없습니다.

 

오늘 아침 트위터를 보던 중 NTSB에서 올린 글을 보게 됐습니다. NTSB는 어느 비행기 사고조사 도중에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했고 사고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미 연방 항공청에 조종사에 대한 훈련 강화를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노력은 18년이 지나서 법으로 제정됩니다. USair 427편 사고로 산화한 132명의 목숨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희생이 조종사들에 대한 훈련을 강화하도록 하는 정부의 규제를 이끌어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에 갇혀 목숨을 잃은 어린 생명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미국처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중요시 하는 정부를 갖지 못했음을 한탄만 하기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나갑시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 우리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에 대해서도 경계합시다. 다음은 NTSB 글을 번역한 내용입니다.

 

NTSB 원문 링크

http://safetycompass.wordpress.com/2014/09/08/the-crash-of-flight-427-20-years-later/  

USAir 427 추락, 그리고 20년 후...

 

199498일 유에스에어 427편 보잉 737-300은 피츠버그 국제공항에 착륙 도중 추락했습니다. 비행기는 완전히 파괴됐고 13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20주년째가 된 오늘 우리는 희생자의 가족들을 생각합니다.

 

이 사고를 철저히 조사한 결과 NTSB는 조종사의 명령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던 러더(방향타)가 원인이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조종사가 의도했던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과도하게 움직였던 러더는 비행기를 비정상적인 자세에 빠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비행기가 빠른 속도로 지상에 충돌하기 전에 비행기 자세를 회복할 수 있도록 조종사에 대한 충분한 훈련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NTSB가 러더 설계와 관련해서 많은 권고를 냈지만, 조종사들이 비정상 자세에 빠진 비행기의 자세를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건 이 사건이 처음도 아니었고 마지막도 아니었습니다.

 < 조종사가 발로 페달을 조작해서 비행기 꼬리 부분의 rudder를 움직입니다. >

 

- 1991331일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585737 항공기는 콜로라도 스프링스 공항에 착륙 도중 추락합니다. 유에스에어 427편과 같이 이유로 비정상 자세에 빠진 게 원인이었습니다.

 

- 199669일 이스트윈드 항공 517737 항공기는 리치몬드 공항에 접근하던 중 저절로 움직인 러더로 인해 비정상 자세에 빠졌습니다. 이번에는 조종사들이 비행기 추락 전에 비행기 자세를 회복해서 사고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 200111월 아메리칸 에어라인 587편 에어버스 300-600 항공기는 JFK 공항을 이륙하던 중 조종사의 부적절한 러더 조작과 너무 민감한 러더 시스템으로 인해 꼬리가 떨어져 추락했습니다. 비행기를 조종했던 조종사는 잘못된 훈련을 받아오다가 최근에야 제대로 된 비행기 비정상 자세 회복 훈련을 받았습니다.

 

- 200764일 미시간 대학 병원 의료진을 태운 사이테이션 550 전세기가 제너럴 미첼 국제공항을 이륙한 직후 미시간 호수에 추락했습니다. 비행기 조종계통에서 발생한 문제를 조종사가 부적절하게 조치한 게 원인입니다.

< USAir 427편 추락 현장 >

 

사고조사를 하면서 NTSB는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 즉시 조종사가 이를 인지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만 사고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하여 NTSB는 사고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이미 FAA(미 연방 항공청)에 요청했습니다. 모든 항공사들이 이와 유사한 비상 상황에서 조종사들이 대처할 수 있는 훈련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게 하라고 말입니다.

 

201311FAA는 항공사 조종사들에 대한 훈련을 대폭 향상시키는 법규를 발표했습니다. 이제 항공사들은 조종사들에 대한 초기 훈련 및 정기 훈련에서 비행기를 비정상 자세로부터 회복시키는 훈련을 의무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FAA 조사관들은 항공사의 훈련 프로그램이 조종사들로 하여금 부적절한 테크닉(아메리칸 에어라인 587편 사고에서 드러났듯이)을 사용하도록 한다면 훈련 프로그램을 수정시키는 권한을 갖게 됐습니다. 이렇게 하는 데 18년이 걸렸지만 아직도 일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훈련을 실시하도록 하기 위한 시뮬레이터 성능 기준을 정하는 일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와 같이 훈련에 대한 규제 강화는 항공사의 운항 안전을 대폭 향상시킬 것입니다.

 

199498427편 사고로 희생자들을 잃은 아픔은 유가족들의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수백만 승객들의 항공 여행을 더 안전하게 만들었습니다.

 

Christopher A Hart

 

 

< USAir 427편 사고 당시 상황 애니메이션 >

 

Posted by 필명 : 껌사세요

2014년 8월 24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근래 학생들로부터 쪽지를 몇 통 받았습니다. 조종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이 진로에 대한 질문들을 하는데요. 사실 저는 기성 조종사로서 조종사가 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아서 큰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몇 가지 있습니다.

 

1. 회사가 원하는 조종사는 비행을 잘 하는 조종사다.

 

다른 회사는 사정을 잘 모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 이야깁니다. 서울대 졸업장 필요 없습니다. 회사가 요구하는 스펙은 4년제 대학교 졸업장입니다. 어느 대학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조종사에게 필요한 스펙은 비행을 잘 할 수 있는 실력입니다. 비행을 잘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아무리 돈을 싸들고 와도 뽑아주지 않습니다. 뽑아주는 회사도 있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습니다만 좋은 일은 아닙니다.

 

 

2. 대학 전공은 아무 상관이 없다.

 

운항학과 가려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습니다. 항공대나 한서대에는 운항학과 학생들이 공군 ROTC를 거쳐서 공군 조종사로 10여년 장기간 복무할 수 있습니다. 공군에서 국가 예산으로 조종훈련을 해주기 때문에 큰돈이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군 조종사로 있다 전역하면 국내 메이저 항공사에서 서로 모셔가기 경쟁을 합니다. 공군 ROTC를 할 수 없는 대학의 운항학과는 별 메리트가 없어 보입니다. 미국 엠브리리들 항공대학교도 마찬가지고요. 대학 4년 다니는 동안 비행기 몇 시간 타지 않습니다. 결국 운항학과 졸업을 하고도 자비로 비행기를 더 타면서 계기비행 자격과 사업용조종사 면장을 따야 합니다. 미국 비행학교에서 한 달이면 자가용 조종사 자격을 딸 수 있습니다. 운항학과에서 4년 걸리는 거죠.

 

공군에서 장기간 복무할 게 아니라면 운항학과 가야 할 필요 없습니다. 이과 계열 문과 계열 전혀 상관없습니다. 제 후배 조종사 중에는 용인대에서 유도를 하고 들어온 사람도 있습니다.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은 조종사가 되는 데 별 상관없는 것들입니다. 보통 직장인들이 다 그렇듯이 말입니다. 대학에서 공부한 거 직장에서 써먹는 사람들 얼마 없습니다. 민항 조종사 학력 제한을 고졸로 하는 항공사도 있습니다. 몇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뽑아서 조종사로 쓰면 그 사람이 정년퇴직할 때까지 회사에서 조종사로 오래 쓸 수 있기 때문에 장점이 있습니다.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할 수 있는데 전공이 뭔들 무슨 상관입니까?

 

 

3. 항공역학? 물리? 수학?

 

운항학과를 가면 항공역학 같은 거 배우는데요. 이런 거 다 필요 없습니다. 조종사는 4칙 연산만 할 줄 알면 아무 문제없습니다. 미 연방항공청(FAA)가 발행한 비행 관련 교재들 보면 아주 쉽게 되어 있습니다. 영어도 쉽습니다. 뭘 미리 공부해야 할 만큼 비행 관련 공부가 어려운 거 아닙니다. 비행 훈련을 하면서 이론을 같이 공부하기 시작해도 다 따라갈 수 있도록 과정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상한 기호들이 달린 공식들이 나오는 역학 책 보지 마세요. 괜히 비행에 대한 거리감만 느껴지고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조종사가 비행기를 조종하면서 역학 공식을 기억하고 계산해야 한다면 그 와중에 많은 비행기들이 산에 들이 박거나 땅으로 처박게 될 겁니다. 조종사는 비행하면서 여러 일들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시시각각 상황판단을 해야 합니다. 복잡한 계산을 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조종사는 비행을 배울 때 비행기를 타는 순간 지적 능력이 반으로 떨어지고 프로펠러 엔진이 소음을 내면서 돌아가는 순간부터 지적 능력이 또 반으로 떨어집니다. 비행을 하면서 복잡한 계산을 하는 게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그럴 일이 없습니다.

 

조종사들이 배우는 것들은 항공역학이 아닌 비행이론입니다. 복잡한 공식은 없고 이런 저런 관계들만 이해하면 되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면 날개에서 발생하는 양력을 계산하는 공식은 굳이 외울 필요 없습니다. 양력이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즉 속도가 2배가 되면 양력은 4배가 된다. 속도가 양력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정도만 이해하면 그만입니다. 굳이 선행학습을 해야 할 만큼 어려운 공부가 아닙니다.

 

 

3. 비행훈련에 적합한 곳은?

 

저는 경제적인 능력만 된다면 미국에서 훈련을 받으실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일단 김포공항에서는 하지 마십시오. 접근성 때문에 김포공항에서 비행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 거 같습니다. 김포공항은 많은 민항기들 때문에 이착륙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지상에서 허비하는 시간, 공중에서 대기하면서 허비하는 시간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저런 제약들 때문에 자유로운 훈련이 어렵습니다.

 

미국은 하늘이 아주 자유로운 나랍니다. 관제사들도 조종사들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고 아주 협조적입니다. 작은 비행기들만 다니는 공항들이 아주 많고 관제탑 없이 조종사들끼리 자율적으로 이착륙하는 uncontrolled airport들도 많습니다. 갈 수 있는 공항,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미국식 교육 방식으로 비행을 배우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미국인 교관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안전 불감증에 빠져있지 않습니다. 비행을 처음 배우면서부터 안전에 대한 사소한 태도부터 하나 하나 배워나가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배우면서 가졌던 습관이 비행 생활 은퇴할 때까지 이어지니까요.

 

 

4. 결론

 

조종사라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특별한 전문지식 없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겁니다. 경제적으로 안 된다면 공군 조종사가 되는 방법도 있고요. 해군도 있네요. 조종사는 뭘 특별히 잘해야 되는 거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충치가 있거나 피부에 흉터만 있어도 조종사가 될 수 없는 줄 아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다 과장된 이야기들입니다. 건강하면 됩니다.

 

건강, 영어, 비행 적성, 인성 등등... 어느 하나에서 낙제점을 받지 않는 사람이 조종사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를 다 보는 데 뭐 하나 기준을 높게 설정해버리면 뽑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져 버리니까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할께요. 대부분 할 수 있습니다. 잘 안 되는 사람들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노력해도 극복이 안 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공군사관학교나 어느 과정이나 조종사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잘 되는 사람이건 잘 안 되는 사람이건 일단 시작하면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선행학습까지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일단 시작하면 열심히 해야 합니다.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비행기는 원칙을 지키면 안전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살인무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비행을 즐기면서 즐겁게 열심히 한다면 대부분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Good luck!!!

Posted by 필명 : 껌사세요

2013년 9월 20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Angle of attack, Induced drag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에서 충돌 직전 조종사들은 상승을 시도하지만 충돌을 피하지 못합니다. 엔진 출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조종사 진술이 있었고 NTSB는 엔진이 정상적으로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습니다. 충돌 직전 상황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 비행이론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angle of attack(이하 AOA). 우리말로 받음각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http://en.wikipedia.org/wiki/Angle_of_attack
날개에서 발생하는 lift 즉 양력은 속도와 이 AOA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양력으로 비행기 무게를 버티면서 공중에 떠있게 됩니다. 양력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속도가 두 배가 될 때 양력은 네 배가 되죠. 양력에 있어서 속도가 큰 지배력을 갖습니다. 속도가 줄면 양력이 떨어집니다. 이 때 양력을 AOA로 보충해줄 수 있습니다. 속도가 많이 줄게 되면 AOA도 커져야 하고 이 때 비행기 자세는 점점 더 고개를 바짝 세우게 됩니다. 이 상황이 심해지면 날개 위로 흐르는 공기의 흐름이 깨지면서 stall 상태가 되어 추락하게 됩니다.

 


 

 

위 그래프는 AOA의 한 예를 보여줍니다. 비행기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곡선의 모양은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이 그래프에서는 AOA가 17도일 때 양력이 최대치를 나타냅니다. AOA 25도 이후로는 빨간 곡선이 더 이상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저 지점에서 stall 이 발생해서 양력이 완전히 사라지고 비행기가 추락하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마다 stall 직전에 조종사에게 경고를 주는 장치가 되어있습니다. 소리로 알려주는 비행기도 있고 민항기에는 보통 stick shaker 라고 해서 조종간에 진동을 발생시킴으로서 조종사에게 경고를 줍니다.


Induced drag.

 


 

양력은 날개에서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비행기 자세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비행기 속도가 많아서 자세 즉 pitch 가 낮을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속도가 떨어지게 되면 AOA가 커지고 고개를 바짝 세우면서 날개 표면도 점점 뒤를 향하게 됩니다.


그러면 날개에서 발생하는 양력을 수직 성분과 수평 성분으로 나눌 때 그 수평성분은 비행기 뒤 쪽 방향으로 그려집니다. 이는 비행기를 앞으로 끌고가는 힘 즉 추력의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면서 가속에 어려움을 주게 됩니다.

속도가 적어질 수록 AOA가 커지고 이에 따라 induced drag가 증가하게 됩니다. stall 직전에 이 induced draf가 최대치에 이르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는 비록 엔진의 추력을 최대치로 올린다 하도라도 비행기가 빨리 반응할 수가 없습니다. 속도가 조금씩 늘어나고 AOA가 줄어들면서 induced drag가 감소되면서 비로소 비행기 속도가 빠르게 회복되고 남는 여력으로 상승이 가능하게 되지요.

parasite drag는 비행기의 랜딩기어와 같이 공기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것들입니다. 사고기는 이런 parasite drag가 최대인 상황에서 stall 직전까지 가면서 induced drag 역시 최대치에 이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비행기가 즉각 반응하지 못하고 충돌하게 된 거지요.

비행기가 반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사고기 조종사들에게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비행기의 속도 추력 비행경로 등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로 너무 낮게 내려왔기 때문에 시간이 없었던 거지요. 그래서 회사에서는 고도 500피트까지 안정 상태에 이르지 못할 경우 반드시 go around 하도록 규정에 명시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징계까지도 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필명 : 껌사세요

2011년 7월 6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비행기에 잘 뜨거워지는 부분이 있다. 바로 휠 브레이크. 자동차도 산을 넘어서 내려갈 때 브레이크를 계속 밟다 보면 브레이크가 닳아 올라서 못 쓰게 되고 결국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브레이크가 뜨거워지는 건 조심해야 한다.

 

B737 탈 때 비행기에 도착해서 조금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경우 중에 하나는 브레이크가 뜨거운 상태로 비행기를 인수받는 거다. 먼저 도착한 조종사들이 브레이크를 많이 사용하면 그 비행기를 인수받아 운항할 승무원들이 이륙할 때까지 브레이크 온도가 충분히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국내선 같으면 이륙해서 착륙할 때까지도 브레이크 온도가 다 안 떨어지기도 한다. 이럴 때는 랜딩 기어를 일찍 내려서 공중에서 식힌 뒤에 착륙을 하기도 한다. 회사는 연료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인천공항에 착륙할 때는 가급적이면 엔진 역추진을 최소한으로만 사용할 것을 권한다. 엔진 역추진을 아끼게 되면 그만큼 휠 브레이크가 그 일을 도맡아 하게 되고 브레이크는 So hot! 되기 쉽다. 그래서 나는 엔진 역추진을 가급적 많이 쓰는 편이다.

 

휠 브레이크의 특징 중 하나는 브레이크 온도가 서서히 오른다는 점이다. 지금 브레이크를 밟으면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서 한참 뒤에 최대 온도를 기록한다. 비행기에서 울리는 warning 중에 "wheel well fire"라는 것이 있다. 엔진에 불났을 때처럼 눈앞에 뻘건 불이 들어오고 벨이 울린다. 지상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달아오른 브레이크가 이륙 후에도 계속 온도가 오르다가 어느 선을 넘어서면 브레이크 주위에 불이 난 것으로 간주해서 경보를 울리는 것이다. 이때 비행기 속도를 점검해서 랜딩기어 작동 제한 속도 아래에서 랜딩기어를 내리고 식혀야 한다. 이렇게 한 번 내린 랜딩기어는 다시 올리지 않는다. 보통 랜딩기어를 내리면 목적지까지 비행하는 건 무리다. 되돌아서 출발 공항에 착륙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A330 교육을 받으면서 전에 타던 비행기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에어버스 비행기에는 "wheel well fire"라는 절차가 없다. 그리고 시뮬레이터 훈련을 할 때 B737, B747로 이륙을 단념한 뒤에는 break cooling schedule 표를 보고 브레이크를 얼마 동안 식혀야 할 지 찾아봤지만 A330 훈련을 할 때는 이렇게 표를 찾아볼 필요가 없었다. 왜 그럴까?

 

에어버스 비행기에는 보잉 비행기에 없는 브레이크 팬(fan)이 있다. 대한항공의 A300-600에도 장착돼 있다. 브레이크 팬은 브레이크가 뜨거워졌을 때 식혀주는 역할을 한다. 보잉 비행기(747, 737)는 브레이크 온도를 직접적으로 표시해주지 않는다. 다만 간단한 숫자로 위험 레벨만 표시해준다. 반면에 에어버스 비행기들은 브레이크 온도를 섭씨 5도 단위로 표시해준다. 브레이크 온도가 300도가 넘으면 브레이크 온도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 뒤에 이륙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륙한 뒤에 바퀴에 불났다는 경보가 울릴 일이 없는 거다. 브레이크 팬을 이용해서 출발 전에 브레이크 온도를 미리 충분히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 이륙 후 wheel well fire 가 발생할 염려가 없다는 점은 조종사 입장에서 좋은 점이다.

 

그런데 지상에서 이륙하기 전에 브레이크가 뜨거워지는 이유는 뭘까?

 

비행기는 지상에서도 엔진의 추력을 이용해서 이동한다. 이륙 지점까지 이동할 때 엔진의 추력을 최소(idle power)로 해도 속도가 계속 늘어난다. 엔진의 최소 추력 자체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속도가 늘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이륙 지점까지 거리가 길면 길수록 브레이크를 많이 밟아야 하고 브레이크 온도는 거기에 비례해서 올라간다. 에어버스 비행기는 브레이크 온도가 좀 올라가면 브레이크 팬을 켠 상태로 이동하고 브레이크 온도가 제한치 이내인 것을 확인한 뒤에 이륙한다.

 

B737은 B747이나 A330에 비해 지상 이동이 상당히 편한 비행기다. 엔진의 최소 추력이 그다지 크지 않아서 속도가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많이 사용할 필요가 없어서 발이 편하다. 반면에 거기에 따른 단점도 있다. 엔진의 최소 추력(idle power)이 낮기 때문에 엔진에서 나오는 bleed air 양이 적고 이를 이용한 에어컨디셔닝 성능도 떨어진다. 한 여름에 지상 이동이 길거나 이륙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B737 기내 온도는 서서히 올라가고 불쾌해진다. 그래서 일부러 추력을 살짝 올리고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이동했던 기억도 난다. 기내 온도와 관련한 승객의 컴플레인은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필명 : 껌사세요

2011년 6월 26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대한항공이 캐나다 봄바디어사의 CS300 기종을 도입하기로 계약을 했다고 한다. 파리 에어쇼가 열리는 곳에서 계약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언젠가 파리 에어쇼였던가? 어느 에어쇼에서 에어버스 민항기가 에일러런 롤(또는 배럴 롤)을 하는 것을 TV에서 본 기억이 있다. 그걸 보면서 의아했다. 저 비행기가 저런 기동을 할 수 있다는 게 구경거리는 되겠지만 비행기 구매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 될 수 있을까?

 

지금 에어버스 A330을 보면 보잉 비행기들과 다른 특징이 있는데 네거티브 G에서도 비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잉의 비행기들은 네거티브 G에서 비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네거티브 G라면 중력 가속도가 다리 쪽으로 작용하지 않고 머리 방향으로 작용하는 셈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연료가 천정 쪽으로 달라붙어서 연료펌프가 공회전을 하고 엔진이 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투 또는 곡예비행을 위해 설계된 비행기가 아닌 경우 네거티브 G를 경험할 일은 거의 없다.

 

A330은 특이하게도 -1G에서도 비행이 허용된다. 일부러 -1G를 만드는 건 미친 짓이겠지만 비행기가 극도로 운이 나빠서 네거티브 G에 걸리더라도 연료펌프가 공회전을 하지 않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A330의 연료펌프는 보잉 비행기들과 달리 collector cell 이 감싸고 있다. 이 collector cell 하나에는 1톤의 연료가 들어있고 네거티브 G에 걸려서 연료가 날개 윗면으로 다 쏠리더라도 collector cell 속의 연료는 그대로 남아서 연료펌프를 통해 엔진으로 계속 공급이 된다. 이런 설계가 과연 민항기에 필요한 설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이런 설계 덕에 살아남는 사람이 나온다면 이 설계가 빛을 볼 것이다.

 

A330의 이런 우수한 연료탱크 설계를 이용해서 배면비행을 할 수 있을까? 물론 승객 안태우고 말이다. flight control 계통도 내가 전에 탔던 보잉 B737, B747-400과 많이 다르다. 조종사가 수동 비행을 하면서 사이드 스틱을 움직이면 컴퓨터가 스틱의 움직임을 해석해서 거기에 따라 조종면을 움직여서 비행기가 기동을 한다. 조종사가 왕이라면 컴퓨터는 왕의 뜻을 헤아리는 신하인 셈이고 조종면은 직접 움직임으로써 결과를 생산해내는 민중인 셈이다.

 

그런데 신하가 좀 똑똑하다보니 왕의 교지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건방지게 검열을 하는 문제가 생긴다. flight control computer 는 조종사가 수동비행을 하는 중에도 protection 기능을 발휘한다. 에일러런 롤을 하려면 경사(bank)를 90도 넘게 줘야 하는데 경사가 67도가 되면 영의정이 아뢴다. “전하! 더 이상 경사를 주는 것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통촉하여 주시오소서!” 사이드 스틱을 아무리 꺽어도 비행기는 67도 경사에서 꿈쩍도 안한다. 목숨을 걸고 소신을 지키는 충신 중의 충신이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이런 충신들이 왕에게 사랑을 받기는 어렵다. 회사에도 이런 충신 같은 임직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관계로.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게 마련이다.

 

결국 왕은 충신(flight control computer)의 관직을 박탈(전원 차단)함으로써 사이드 스틱의 입력에 따라 조종면이 바로바로 움직이게 하여 잠깐 배면비행에 성공한다. 그리고 10년 감수한 왕은 다시금 충신을 불러들여서 안전하게 비행했다는 소설. 끝.

 

A330이 네거티브 G 상태로 비행하는 절차도 없고 의도적으로 네거티브 G가 걸리도록 해서도 안됩니다. 그냥 에어쇼에서 본 게 기억나서 흥미꺼리로 쓴 것 뿐입니다. 임금과 신하가 등장하는 소설이니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조종면(flight control surface)이란?

에일러론(ailleron),엘리베이터(elevator)와 같이 스틱 또는 조종간을 움직일 때 따라 움직이는 부분들.

Posted by 필명 : 껌사세요